< 핸드투 핸드 > 중
진종환 작가는 회화 매체를 통해 시각 외의 감각을 시각 범위 안으로 끌어들이기를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계절이 변화하며 작가가 몸으로 느낀 변화, 이를테면 수풀의 습도, 온도, 냄새 등을 추상적 제스처로 치환한 그림이다. 특정 순간을 떠올리며/떠오르게 하는 '감각' 그 자체를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그의 화면은 신체의 율동감, 리듬감과 같은 비가시적 존재를 가시적인 상태로 돌려놓는 움직임이다. 특히 높이 2.3미터의 대작 < Sound: Summer Forest >는 신체가 감각할 수 있는 스케일의 범위를 벗어나는 그림으로, 외려 그림이라기보다는 공간의 일부에 가깝게 느껴진다. 보는 이에 따라서 벽 너머 진종환이 구축해 놓은 '감각의 풍경'은 오래된 회화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는 작업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기에 개입하는 현장성의 문제로 생각을 확장시켜보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그림을 한눈에 보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은 그것이 확보되는 순간 가장 먼저 이 작업이 벽면에 안정적으로 걸리지 않고 비스듬히 걸린 상황, 일종의 불안정한 상태를 자처하였음을 알게 한다. 이는 전체적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붓질의 방향성과 같은 곳을 향함으로써 다시 한번 계절이 변화함에 따라 작가가 느꼈던 불안정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반면 그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눈을 가득 메우는 붓질 부스러미는 회화 매체가 가질 수 있는 매체 특성적 요소들, 그러니까 붓질의 속도, 양감과 질감을 내포한 성질의 것으로써 진종환의 회화를 다시 한번 전통적 회화의 범위 안에 돌려놓는 트리거가 된다. 이렇게 진종환은 그림의 오래된 역사의 여정 안에 있는 듯 보이면서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회화가 함의하는 의미망을 확장시키며 오늘날의 환경 속에서 그림을 직접 대면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제시한다.
글 | 신지현
전시 기획자. 현재 하이트컬렉션에서 근무하며 WESS 공동운영자로도 활동하고 있다.